
더위가 한풀 꺾이는 8월 말만 되면, 저는 기다리는 과일이 있어요. 바로 무화과입니다.! 무화과는 한자로 없을 무, 꽃 화, 이름 그대로 꽃이 없는 신기한 과일입니다. 사실, 무화과는 꽃이 과일 안에 숨겨져 있는 독특한 과일이에요. 그래서 무화과를 먹을 때마다 수백 개의 작은 꽃을 함께 먹는 셈이죠!

맛과 향, 영양까지 가득한 무화과를 드시며, 그림, 소설, 음악, 영화를 즐기며 유래와 역사, 효능, 저의 무화과 이야기까지 들어보세요. 자, 그럼 저만의 가을 힐링하는 7가지 방법 만나보러 가실까요?
그림 속 무화과 즐기기
대학교 4학년 여름 방학 때 너무 더워 도서관을 찾았습니다. 큰 화보책에서 Pierre-Auguste Renoir라는 인상파 화가를 만났는데요. 그는 세잔과 함께 인상파 운동을 이끌었고, 그의 작품은 밝고 화려한 색채와 부드러운 붓질로 유명합니다.
그때 강렬한 인상을 받아, 인터넷을 서치 하다가 한 정물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무화과가 확 눈에 들어오더군요. Renoir의 특유한 색채와 빛의 표현이 너무 멋졌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무화과를 단순한 과일이 아닌, 예술과 역사가 깃든 특별한 존재로 여기게 되었죠.

알고보니 무화과는 예술가들에게도 영감을 주는 소재더군요. 그뒤로 무화과에 큰 관심을 갖고 있던 중에 우연히 핀터리스트를 보다가 Albert Kechyan의 무화과 그림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적 묘사가 너무 멋졌습니다.

작품도 좋았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인 무화과가 그려져 있다는 사실에 더욱 애착이 가더라고요. 그때 이후로 저는 무화과등 소재를 중심으로 그림을 찾아보는 습관이 생겼는데요. 정말 많은 작가들이 무화과를 그렸더군요. 역시 무화과는 매력적인 꽃을 가득 담은 정말 달콤한 예술품입니다!
소설 읽으면서 무화과로 힐링하기
가을은 독서의 계절. 선선한 바람이 불기시작하면 전 거실에 누워 무화과와 함께 책을 읽게 됩니다. 실비아 플라스 (Sylvia Plath)의 소설 ‘벨 자(The Bell Jar)’ 혹시 읽어보셨는지요? 이 소설을 읽고 영감을 받은 사람들이 무화과 문신을 하는 게 인기가 있었다고 하네요.
무화과를 좋아하는 1인인지라, 저도 호기심에 읽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은 미국 작가 실비아 플라스가 1963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주인공 에스더 그린우드의 정신적 고통과 회복 과정을 그린 자전적 소설이에요.

내 인생이 소설에 나오는 초록빛 무화과나무처럼 가지를 뻗는 장면이 연상되었다. 가지 끝마다 매달린 탐스러운 무화과 같은 멋진 미래가 손짓하며 윙크를 보냈다.
소설 속에서 에스더는 무화과나무 아래 앉아 자신의 삶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합니다. 무화과는 에스더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의미하며, 동시에 선택의 어려움을 상징하는 것이죠.

무화과나무의 갈라진 자리에 앉아, 어느 열매를 딸지 정하지 못해서 배를 곯는 내가 보였다.
라며 에스더는 삶의 선택 앞에서 느끼는 고뇌를 표현합니다. 이처럼 ‘벨 자’에서 무화과는 단순한 과일을 넘어, 삶의 다양한 가능성과 선택의 고통을 상징하며, 에스더의 내면을 투영하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래서 무화과 문신도 덩달아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화과 문신을 새기고, 삶의 의미를 탐구하고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싶어하는 심리겠지요? 저요? 저는 무화과의 상징적인 의미는 너무나 공감하지는 문신까지는 좀 아닌 것 같아요.
무화과 차 마시며, 음악듣기
무화과 차 드셔보셨나요? 저는 무화과가 쏟아질 때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무화과로 차를 많이 만들어 마십니다. 건조기에 바짝 말려, 따뜻한 물에 담그면, 그대로 고스란히 무화과 향기를 느낄 수 있어요. 깊어가는 가을밤에 딱 어울리죠.

그때 저는, 차를 한 잔 마시며, 좀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많이 듣는 편입니다. 작년부터는 주로 임윤찬 씨가 연주한 쇼팽의 녹턴을 듣게 됩니다. 이 음악이 이 차랑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저는 말린 무화과 차하면, 이 음악이 생각날 정도로 많이 들었어요.
여러분도 저처럼, 어떤 특정한 차를 드실 때는 늘 즐겨 듣는 음악을 하나 찾아보세요. 차의 향기와 입안에 퍼지는 풍미, 그리고 잔잔히 귀로 들어와 가슴까지 젖어드는 힐링되는 느낌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저의 방법 추천합니다!

물론, 아직 더위가 끝나지 않은 9월 초 까지는 얼음 띄운 카모마일 차에 한 조각 무화과를 띄우면 새로운 풍미가 확 올라옵니다. 정말 꿀 조합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차이죠. 아래 링크에는 제가 좋아하는 다른 차 꿀조합 레시피도 보실 수 있으니 참고해 주세요.
무화과 타르트, 머핀 먹으면서 영화보기
무화과 타르트 좋아하시죠? 신나게 베이킹을 하며, 아이들과 함께 볼만한 영화를 찾아보았습니다. 한참을 무화과가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영화를 찾았지만, 아직 그런 영화는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무화과가 흔한 나라인 이태리 영화 중에 오래된 고전 로마의 휴일을 오랜만에 보기로 했어요. 혹시라도 배경이 비슷하니 무화과가 나올까 하고요. 안 나옵니다!ㅠㅠ

그래서 다음 날에 무화과 머핀을 구워 애들이 좋아하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같이 보았습니다. 역시나 무화과가 나올리는 없겠죠? 하지만, 애들과 혹시 무화과 관련된 어떤 상징 비슷한 거 없을까? 하면서 보았습니다.

이 영화에는 푸른 바다 위에 떠 있는 신비로운 마을이 등장합니다. 그곳에서 치히로는 온갖 종류의 신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인상적인 장면은 바로 밤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등불입니다.
영화 후반부 밤하늘을 가득 채운 등불들은 둥근 형태와 따스한 빛으로, 저는 개인적으로 무화과를 연상시킨다고 생각했는데요. 제가 무화과를 좋아해서 일까요? 마치 밤하늘에 주렁주렁 매달린 무화과 같아 보이더라 구요. 물론 그 얘기를 했다가, 아이들한테 지나친 오버라고 한 소리 들었습니다. ^^

무화과는 풍요와 번영, 조화, 순환의 의미를 상징한다더군요. 올 가을에는 가족들과 무화과 드시면서, 다시 한번 이 장면 관람해 보세요. 정말 저처럼 무화과가 연상되시는지, 한 번 여러분들의 의견 듣고 싶네요.
아니면, 아이들과 간단한 무화과 샌드위치나, 무화과 타르트, 무화과 머핀도 도전해 보세요. 그냥 사 먹는 것보다 인생이 훨씬 풍요로워집니다.

무화과의 유래와 역사 공부하기
무화과 그림 보고 책 읽고, 음악 듣고, 영화 보고 그러다 보니 이제 무화과가 어디서 왔을까? 궁금해서 지적인 욕구를 채워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유래와 역사를 조사해 보았어요.

무화과는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최근에 도입된 과일이지만, 인류가 재배한 가장 오래된 과일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성경에서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따먹은 금지된 열매가 무화과라는 이야기는 유명하지만, 실제 어떤 과일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합니다.
무화과는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에서 풍요와 생명을 상징하는 과일로 여겨졌습니다. 지중해 지역에서는 일상적인 식량으로 널리 소비되었다고 해요. 특히 그리스에서는 무화과가 ‘가난한 자의 음식’으로 불릴 만큼 널리 소비되었어요.

한국에 무화과가 도입된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어요. 목은집에 무화과가 처음 기록되었다는 주장은 있지만, 실제로 이러한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네요.
1930년대 이후 일본에서 도입되어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재배되기 시작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특히 제주도와 남해안 지역에서 많이 재배되었습니다. 현재는 영암 무화과가 특산물로 지정되어 유명해요. 곧 무화과 축제가 있을 텐데, 벌써부터 기다려지네요.
놀라운 무화과의 효능 알아보기
무화과는 색깔이나 향기가 화려한 만큼 영양소도 많아 효능까지 화려합니다! 분위기 감성 충전도 좋지만, 몸도 힐링해 줄수 영양소가 얼마나 있는지 알아보며, 조금 더 지적 욕구를 채워볼까요?
칼슘, 칼륨, 철분과 같은 다양한 미네랄을 함유한 과일이에요. 특히 칼슘 함량이 높아 골다공증 예방에 좋다고 하네요. 한참 자랄 아이들과, 갱년기 여성에겐 최고랍니다. 딱! 저희 집 과일이네요^^

또한, 풍부한 식이섬유는 장 건강을 증진시키고 포만감을 높여 다이어트, 체중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어요. 무화과에 함유된 항산화 물질은 활성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데 기여하여 노화 방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무화과 효능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포스팅 글을 참고해 주세요. 영양소등을 고려해서 열심히 연구해 보았어요!

물론 무화과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는 점 아시죠? 늘 이런 글 쓸 때 조심스러운데요. 효능을 과신하면 안 됩니다! 개인의 건강 상태나 다른 식습관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어요. 무화과를 포함한 모든 식품은 균형 잡힌 식단의 일부로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나만의 무화과 이야기
이제, 왜 이렇게 제가 무화과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할 때가 되었네요. 매년 여름, 무화과가 제철이 되면 저는 부산 시댁, 어머니댁 앞마당 무화과나무가 떠올라요. 친정집이 충청도라 결혼하고 나서 처음으로 무화과라는 존재를 알게 되었는데요.

뭔가 남쪽 지방만의 특이한 옥색 담벼락 색깔과 함께 무성한 무화과 잎 아래에서 처음 맛본 그 달콤함을 잊을 수가 없죠! 까끌한 껍질을 벗겨내고 한 입 베어 물면,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한 향기는 여전히 제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무화과는 단순한 과일을 넘어, 저에게는 결혼과 함께 찾아온 행복하고 따뜻한 추억을 담고 있는 소중한 선물입니다! 추석 때 부산에 내려가면, 냉장고에 가득 얼려놓은 무화과를 싸주시던 어머니 사랑이 벌써 그립습니다.
이렇게 오늘은 그림 속에서 처음 만난 무화과에서 시작해, 소설 속 무화과, 무화과 차, 요리, 유래와 역사, 효능 그리고 나의 무화과 이야기까지 모두 해 보았습니다. 무화과는 그냥 맛있는 과일이 아니라, 그 속에 수많은 꽃을 담은 정말 특별한 과일이라는 거 이제 이해 가시나요?

이제 곧 무화과가 시중에 쏟아질 것 같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요 매력덩어리 무화과를 기다려 봅니다. 여러분도 올 초가을에는 저처럼 무화과의 매력에 푹 빠져보시길 바랍니다! ?
